WHITE
겨울
watercolor
2025. 2. 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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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정치, 경제, 기술 할 것 없이 인류가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시기인 걸까.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역사에 없고 보편적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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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알게 된 흰머리 독수리 커플이 올해도 알을 낳았다.
이번엔 세개나.
이번엔 새끼를 볼 수 있을까.
밤 늦게 페이퍼 리뷰중에 실시간 캠으로 보는 중인데
잘 품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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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쪽 창가에서 재채기를 한번 했는데
펜스에 미니미, 똘똘이, 나무 위에 모히칸, 그 옆에 박새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는 땅콩 달라고 초롱초롱한 눈 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좀 늦으면 에어컨 실외기 위에 미니미와 범죄조가 올라와서 창 안의 거실을 들여다 보고 있다.
굴뚝새는 입이 작아서 잘 쪼아 먹지도 못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받아 먹는 근처로 날아다니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그동안 신발대에 땅콩을 작게 쪼개서 던져 놓았는데 가루도 없이 사라져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굴뚝새가 그 작은 입으로 작은 가루를 하나하나 찍어 먹고 있는 것이었다.
라벤더는 겨우내 더벅머리처럼 마음대로 자라더니 꽃을 한 송이 피웠다.
수국은 앙상하니 잎을 다 떨구더니 이제 조그만 새잎눈들이 맺히고
빨간 수국엔 꽃까지 두 송이 피었다.
추워서 겨울엔 낙엽만 한번 쓸어 주고 마당을 거의 방치해놨는데
또 그대들의 시간은 그런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