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수십미터 상공에 선,

watercolor 2025. 3. 19. 04:16

 

분명히 재키와 섀도우 사이에는 뭔가 대화가 있는 것 같다.

섀도우가 물고기를 물어오면 멀리서 오는 모습이 보이는 순간부터

재키는 기쁨의 샤우팅을 한다. 

 

섀도우가 물고기를 갖고 오지 않더라도

둥지로 가까이만 와도 재키는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섀도우가 왔다는 걸 눈치채게 한다.

 

섀도우는 둥지에서 아빠 노릇을 좀 더 하고 싶은데

오직 재키가 허락하는 만큼만 머물 수 있다.

재키가 너무 일찍 둥지로 돌아오면 까까깍 거리며 

저항하다 재키가 두배 가까이 큰 덩치로 밀어부치고서야

마지못해 일어선다.

 

그 외에는 대체로 적막이다.

그저 몸짓으로 서로의 의도와 상태를 파악하는 것 같다.

 

말 없이 생활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식의 교감이 그들을 몇년간 함께하게 하는 것일까.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관계로 만나면서

관계라는 게 얼마나 가늠하기 힘든 것인지 깨닫는다.

시간과 견고함이 딱히 비례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견고했던 관계도 한 순간에 정을 맞은 듯 날카롭게 갈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하지 않은 깊은 마음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말은 관계의 필수요건일까.

 

그저 본다는 것.

어떤 평가도 하지 않고,

여러 상황에서 행동과 반응으로

스스로 보여주는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

 

그리고 나는 여기에 그저 내 모습 그대로

내 방식대로 있어준다는 것.

 

수십미터 상공에 선,

독수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