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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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는 환희와 흥분이 끌고 간다.
좋은 아이디어를 봤을때 일어나는 내적 흥분,
그리고 번뜩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을때 일어나는 환희는
물질세상을 향한 눈을 멀어버리게 한다.
마치 중독된것 처럼 그렇게 몇년, 마침내 종이 한장짜리 학위를 받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건데
제작년에 우리랩으로 온 애가 한동안 분야에 대한 혼란을 겪길래
어르고 달래서 페이퍼 한편을 썼는데 운 좋게 좋은 곳에 붙어서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하더니
최근들어는 관련 페이퍼들을 읽으면서 흥분해서 막 나한테 찾아오는데
아, 이제 시작이구나 싶다.
됐다. 페이퍼 보고 흥분하기 시작했으면 끝까지 갈 수 있다.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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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얼마전부터 써보고 있는데
불과 몇개월 전에만 해도 페이퍼좀 찾아달라 하면 세상에 없는 페이퍼로 구라를 치더니
무슨 대 변혁이 일어났는지 몰라도 정말 쓸모 있어졌다.
그 와중에 정말 놀란 것은 프로그래밍 능력이 너무나 훌륭하다는 점이었다.
우리 분야에서 쓰는 진짜 전 세계에 수백명도 안되는 사람들만 쓰는
시뮬레이터에 무슨 기능을 넣어봐 했더니
디테일은 떨어져도 정말 말도 안되게 그럴듯한 답을 내놓은 거다.
스켈레톤 코드까지 보여주면서 패치로 다운로드 하겠냐고 하는데 진짜
너무 놀래버렸다.
이 시뮬레이터를 무슨 이유로 어떻게 학습한거지?
모 저널에 부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어서
페이퍼가 서브밋 되면 리뷰어를 어사인 해야 하는데
엑스퍼티가 있으면서 리뷰를 흔쾌히 수락할 사람을 찾는 일이 쉬운일이 아니다.
이 챗봇에게 이 분야로 일하면서 이런 비슷한 저널에 페이퍼 쓰는 사람 찾아달라 했더니
생각도 못한 사람들을 다 찾아줘서 한명이 어제 바로 리뷰를 수락했다.
이게 이정도 수준이라면
안쓰는게 바보 아닌가?
그렇다면 불행하게도 정말 젠슨황말마따나 엔트리레벨 프로그래머는 곧 사라진다고 봐야 맞다.
코드가 맞는지 관리할 수 있는 중견급 엔지니어들과
프로덕트 매니저와 리서처들만 남을 것 같은데
이 리서치라는 것도 아이디어만 내면 실험 코드는 에이아이가 거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주고
실험을 직접 돌려줄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으니
이제 진짜 사람은 생각하고 결론 내리는 것만 하면 되는 건가.
컨디션만 적절히 주면 결론 내리는 것도 에이아이가 못하리란 보장이 있나?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어제 갑자기 시뮬레이터 코드를 보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