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없는 일상
오랜만에 다이나믹 마당. 본문
대발이.
발에 문제가 좀 있는 새다.
다른 애들이랑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다니는데
보통 새들이 거의 하루 종일 다리를 펴고 있는 반면
이 친구는 늘 저렇게 다리를 완전히 접고 마당 어딘가에서 식빵을 굽고 있다가
다른 애들이 밥을 다 먹고 나면 천천히 와서 먹고 간다.
힘 센 애들이 밥 그릇을 너무 오래 독차지 하고 있으면 따로 멀찌감치 던져주면 자기한테 주는 줄 알고 잘 받아간다.
요즘 에어콘 실외기 위에 밥과 물그릇을 올려놓고 주는데 대발이는 발 소리가 남달라서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다.
미니미가 업어기른 카우보이 새끼새.
보통 미니미는 새끼를 데려와서 거의 딱 일주일 정도 뒤면 이유를 완전히 마치고 독립시키는데
이 친구는 덩치가 커서 그런지 거의 2-3주 정도 꾸준히 데리고 왔었다.
왜이렇게 오래 먹이나 했더니 이 친구가 이 힘없고 작은 미니미를 쫓아다니면서 밥 달라고 쪼아대니
거의 어쩔 수 없이 먹이는 느낌이었다.
미니미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언젠가부터는 애들 주려고 캐슈를 부수고 있다가
이 아기새가 오면 일부러 더 작게 잘라서 한 조각씩 던져줬더니 나만 보면 받아먹으려고 발 밑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면서 대기를 하는 거다.
그러면 미니미는 멀리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다른 새가 다가오면 자기 새끼 먹이는 시간이라는 듯 쫓아내곤 했다.
그렇게 암묵적인 보모로 밥을 먹인지 며칠, 그저께는 이 아기새 혼자 마당에서 놀고 있길래
신발대위에다 조금씩 던져주니 올라와서 먹다가 유리문틀 위까지 대담하게 올라오길 여러번.
좀 친해졌다 느끼나 했었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였는지 뭔지, 그 후론 안보인다.
독립을 시킨건지, 미니미도 홀가분하게 혼자 오기 시작했고......
하루가 머다하고 보다가 안오니 좀 섭섭하네.